천을 고르고, 도안을 배치해 직접 자른다. 재봉틀에 천을 넣어 박음질하고 단추와 리본까지 손으로 달아야 한다. 실제 옷 만들기의 재미를 게임 속에 그대로 옮긴 독특한 재봉 시뮬레이션이 등장했다.
‘앵거 풋(Anger Foot)’과 ‘테라 닐(Terra Nil)’ 등으로 알려진 프리 라이브스(Free Lives)의 코지게임 레이블 코지 라이브스(Cozy Lives)는 신작 ‘드레스메이커(Dressmaker)’를 스팀(Steam)을 통해 피시(PC)와 맥(Mac)으로 출시했다. 출시 전부터 스팀 위시리스트 4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드레스메이커’는 실제 양재와 재봉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완성된 옷을 단순히 조합하거나 캐릭터에게 입히는 일반적인 패션게임과 달리, 한 벌의 드레스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과정을 이용자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면과 리넨, 울, 실크, 벨벳 등 다양한 소재 가운데 원하는 원단을 고른 뒤 스케치북에서 디자인과 색상을 결정한다. 원단 샘플과 아플리케를 더하고, 실제 옷을 만들듯 패턴을 배치해 천을 재단하는 과정도 거친다.
재단이 끝났다고 옷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잘라낸 천을 재봉틀에 직접 넣어 바느질하고 각각의 부분을 이어 붙여야 한다. 여기에 단추와 리본을 달거나 각종 액세서리를 추가하면서 자신만의 드레스를 완성할 수 있다.
완성한 옷은 마을 주민들에게 판매한다. 마을에는 다양한 고객이 등장하며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일정도 마련돼 있다. 고객의 주문에 맞춰 옷을 제작해 명성과 돈을 얻을 수도 있고, 자신이 자유롭게 디자인한 드레스를 매장 진열창에 전시해 기성복처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반드시 고객을 만족시킬 필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진은 이용자가 멋진 옷으로 주민을 만족시키거나, 반대로 의도적으로 기상천외한 작품을 만들어 고객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플레이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재봉에 지쳤다면 게임 속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도 있다.
‘드레스메이커’의 탄생 과정도 흥미롭다. 게임은 ‘포트나이트(Fortnite)’와 ‘테라 닐’에 참여했던 조나단 하우윤(Jonathan Hau-Yoon)과 예술가이자 재봉 애호가인 사브리나 베커(Sabrina Becker)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사브리나는 의상과 패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전문 의상 디자인 분야 진출을 꿈꿨지만, 결합조직 질환인 엘러스-단로스 증후군(Ehlers-Danlos syndrome)으로 꿈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이에 조나단은 두 사람이 함께 좋아했던 게임을 통해 사브리나가 자신의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이것이 ‘드레스메이커’의 초기 콘셉트로 발전했다.
당초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기획됐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조나단은 프로젝트를 자신이 근무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디게임 스튜디오 프리 라이브스에 제안했다.
하지만 ‘브로포스(Broforce)’, ‘고른(GORN)’, ‘앵거 풋’ 등 폭력적이면서 코믹한 게임을 주로 만들어온 프리 라이브스 입장에서 아기자기한 재봉 게임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디어였다.
조나단은 이후 ‘브로포스’와 ‘고른’에 참여한 루안 로스만(Ruan Rothmann), ‘테라 닐’ 개발자 사라 라우브셔(Sara Laubscher) 등과 힘을 합쳐 불과 3주 만에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테라 닐’ 음악 작업에 참여했던 메이단(Meydän)도 힘을 보탰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프로토타입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1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작품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결국 프리 라이브스는 코지게임을 위한 새로운 레이블 ‘코지 라이브스’를 만들고 ‘드레스메이커’를 정식 프로젝트로 추진하게 됐다.
현재 ‘드레스메이커’는 프리 라이브스 전담팀이 개발하고 있으며 메이단이 음악, 커스틴 홀(Kerstin Hall)이 각본을 담당했다.
총을 쏘거나 몬스터를 잡는 대신 원단을 펼쳐놓고 패턴을 자른 뒤 재봉틀을 돌리는 게임이 출시 전 위시리스트 40만을 넘어섰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드레스메이커’가 바느질과 패션이라는 현실의 취미를 게임으로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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